02
3월
2016
Scene #4
우연히 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, 저는 아주 힘든 상황이었습니다.
40도가 넘는 언덕길 중간에 멈춰서서 공회전만 하고 있는 낡은 자동차 같았습니다.
그래서 그 언덕을 포기하고 평지로 내려갈까 생각했었지요.
그건 아주 쉬워보였어요.
엔진을 꺼버리고 가만이 있으면 뒷걸음질을 쳐서 평지에 도착하지 않을까..
그러면 어디선가 레카차가 와서 나를 끌어가주지 않을까..
그런 바람도 있었습니다.
레카차 뒤에 끌려가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.
그런데 그러기에는 아직 내 자신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아직 내게는 기름도 있고, 고장나지 않은 엔진도 있습니다.
한번 더 힘을 내어 언덕을 올라가보고 싶어요.